“푸꾸옥보다 예쁘고 다낭보다 저렴한 그곳”…꾸이년을 아십니까

베트남 중부에 숨어 있던 진주

다낭 미케비치에서 셀카봉을 든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를 비집고 다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진짜’ 휴양이 뭔지 말이다. 나트랑과 푸꾸옥마저 한국 관광객들로 넘쳐나기 시작한 지금, 베트남에는 정말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 남아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바로 꾸이년이다.

꾸이년 항공사진, 해변의 하얀 모래사장과 애매랄드빛 바다에 수십척의 배가 정박해있다.
베트남 꾸이년 / 사진=펙셀

꾸이년은 베트남 중부 빈딘성의 해안도시다. 하노이에서 남쪽으로 1,065km, 호치민에서 북쪽으로 650km 떨어진 이곳은 지리적으로는 베트남의 정중앙에 위치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꾸이년을 특별하게 만든다.

CNN이 ‘동남아시아에서 떠오르는 3대 여행지’ 중 하나로 선정했고, 영국의 여행 가이드북 러프가이드 역시 주목할 만한 신흥 여행지로 꼽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그 이름조차 생소하다. 42km에 달하는 긴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때 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이곳에서, 우리는 10년 전 다낭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진짜 가성비란 이런 것

아바니 꾸이년 리조트의 전경 사진
아바니 꾸이년 리조트 / 사진=트립닷컴

꾸이년의 진정한 매력은 가격에 있다. 똑같은 4성급 호텔에서 오션뷰 룸을 예약해도 다낭보다 30~40% 저렴하다. 하루 20만원대면 발코니에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깔끔한 호텔에서 머물 수 있고, 현지 식당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배불리 먹어도 만 원을 넘기기 어렵다.

특히 리조트 시설의 가성비는 놀라울 정도다.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 아난타라가 운영하는 꾸이년 빌라는 28,000㎡의 넓은 부지에 단 26채의 빌라만 있다. 프라이빗 풀과 전용 해변, 24시간 버틀러 서비스까지 제공되는 이곳이 같은 브랜드의 다른 동남아 리조트보다 훨씬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은 거의 믿기 어려울 정도다.

키코 해변, 몰디브가 부럽지 않은 곳

키코 해변의 애매랄드빛 물 속에서 어느 한 사람이 노를 젓고 있다.
키코해변 / 사진=펙셀

꾸이년을 대표하는 키코 해변은 정말 특별하다. 시내에서 40분 정도 달려 도착하는 이곳의 첫인상은 ‘정말 여기가 베트남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다. 수정처럼 투명한 바닷물 너머로 하얀 모래사장이 보이고, 바다 색깔은 터키석에서 사파이어, 에메랄드로 시시각각 변한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다낭 미케비치나 나트랑 해변처럼 파라솔과 비치체어로 빼곡한 풍경 대신, 키코 해변에서는 진정한 적막을 경험할 수 있다. 해변에서 책을 읽거나 그냥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천 년 전 참파 왕국의 흔적

반잇탑의 청명한 하늘 아래 사진이다. 적벽돌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반잇탑 / 사진=비엣젯

꾸이년에는 바다만 있는 게 아니다. 12세기부터 이 땅을 지배했던 참파 왕국의 유적들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어 베트남의 깊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다. 시내 중심가에서 20km 떨어진 반잇(Bánh ít)탑은 그중에서도 가장 잘 보존된 유적 중 하나다.

높이 20m와 18m의 쌍둥이 탑이 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모습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입장료는 고작 5,000원. 경복궁 입장료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천 년 전 동남아시아 고대 문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가성비가 또 있을까.

베트남 속 사막, 프엉마이 모래언덕

프엉마이의 모래 언덕이다. 마치 사막의 한 가운데같은 사진이다.
프엉마이 모래언덕 / 사진=트래블비엣

꾸이년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소 중 하나는 프엉마이 모래언덕이다. 시내에서 20km 떨어진 이곳에 도착하면 마치 베트남이 아닌 사하라 사막에 온 듯한 착각이 든다.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 모래언덕과 바람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곡선들은 그 어떤 포토존보다도 인상적인 사진을 만들어낸다.

특히 일출과 일몰 시간의 프엉마이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모래언덑 위로 떠오르거나 지는 태양은 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그 순간만큼은 이곳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는 확신이 든다. 게다가 입장료도 무료다.

혼코섬에서 만나는 원시의 바다

혼코섬 항공뷰, 모래사장을 따라 많은 호텔과 집들이 모여 있고, 해변에는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꾸이년 혼코섬 / 사진=트래블비엣

좀 더 모험적인 여행을 원한다면 혼코섬을 추천한다. 시내에서 16km 떨어진 이 작은 섬은 주민이 거의 없어 완전히 원시 상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배를 타고 20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이곳에서는 스노클링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산호초 사이를 헤엄치는 형형색색의 열대어들과 투명한 바다 속 모래사장의 조화는 마치 거대한 자연 수족관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섬의 어부들이 직접 잡은 바닷가재와 싱싱한 생선으로 만든 점심도 별미다. 그것도 1만 5천 원이라는 믿기 어려운 가격에 말이다.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꾸이년 식스센스 리조트의 전경. 해변가 바위 위에 리조트가 지어져 있다.
꾸이년 식스센스 리조트 / 사진=식스센스 꾸이년

꾸이년이 지금처럼 한적하고 저렴한 것은 아마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푸깟 국제공항 확장 공사가 한창이고, 새로운 5성급 리조트들의 건설도 계속되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꾸이년을 차세대 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만큼, 머지않아 이곳도 다낭처럼 관광객들로 북적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의 꾸이년은 10년 전 다낭의 모습이다. 아직 한국어 간판이 거의 없고, 한국 관광객을 겨냥한 상점들도 많지 않다. 현지인들은 여전히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바라보고, 바가지를 씌우려 하기보다는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려 한다. 바로 이런 순수함이 꾸이년만의 매력이다.

베트남 여행의 새로운 정답

꾸이년 도시의 모습. 해변과 붙어 있는 전형적인 휴양도시의 사진이다.
꾸이년 해변 / 사진=펙셀

다낭의 북적거림이 부담스럽고, 나트랑과 푸꾸옥의 비싼 물가가 아쉬웠다면 꾸이년이 정답이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이곳에서 진정한 휴양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에메랄드빛 바다에서의 평화로운 오후, 천 년 된 유적 앞에서 느끼는 경이로움,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누리는 럭셔리한 경험까지.

꾸이년은 베트남 여행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남들이 다 가는 곳이 아닌, 나만의 특별한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꾸이년행 항공편을 예약해보자. 아마 당신도 이곳에서 베트남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인상을 갖게 될 것이다.

김현기 에디터

매 계절, 여행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낯선 곳의 설렘, 익숙한 곳의 새로움 속에서 여행의 이야기를 발견합니다. 독자의 여정에 따뜻한 한 줄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이곳에 한 페이지를 더합니다. e-mail: hgkim@travel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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