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빛 꽃물결에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입장료 0원에 12만㎡ 사계절 꽃 정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9월, 울산 대왕암공원 초화단지에서는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백년 된 해송림 사이로 보라빛 맥문동이 카펫처럼 깔리고, 여름 해바라기의 마지막 절정이 노란 물결을 이룬다.

무엇보다 이 모든 자연의 선물을 누리는 데 단 한 푼도 들지 않는다는 점이 놀랍다. 입장료도, 주차비도(평일 기준)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총 12만1천㎡에 걸친 사계절 꽃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푸른 바다와 녹음 우거진 반도 전체가 보이는 항공뷰
대왕암공원 출렁다리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장보영

9천㎡ 해바라기밭에서 보라빛 맥문동까지

대왕암공원 초화단지의 하이라이트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꽃의 주인공들이다. 여름철에는 9천㎡ 규모의 해바라기 꽃밭에서 1m 남짓한 왜성 해바라기들이 8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 해를 머금은 듯 노랗게 만개한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수천 송이 해바라기가 한 방향을 향해 피어있는 장면
대왕암공원 초화단지 / 사진=울산광역시 동구청

가을이 시작되면 약 4만㎡의 맥문동 꽃밭이 은은한 보랏빛으로 숲길을 수놓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보랏빛 물결이 일렁이는 광경은 마치 라벤더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나무 그늘과 햇빛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면
대왕암공원 초화단지 맥문동 / 사진=울산광역시 동구청

이어 9월 중순부터는 4천㎡의 댑싸리와 1만3천㎡의 팜파스그라스가 가을 정취를 더하고, 1만2천㎡ 규모의 꽃무릇이 붉게 물들며 솔숲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백년 송림 속 힐링 산책로

꽃밭만큼 매력적인 것이 1만 5천여 그루의 해송과 곰솔이 만든 숲길이다. 공원 입구에서 대왕암 등대까지 이어지는 약 600m의 소나무 숲길은 100년이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어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요함을 선사한다.

울창한 소나무 숲 속에 벤치가 놓여있고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평화로운 산책로 사진
대왕암공원 송림공원 / 사진=울산광역시 동구청

송림 산책로는 평탄하고 완만해 연세 드신 분들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서 잠깐 쉬며 바람에 스치는 소나무 잎사귀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다.

바다 위 전설과 303m 출렁다리

송림을 지나면 신라 문무대왕의 왕비가 호국용이 되어 잠들었다는 전설의 대왕암이 나타난다. 수천만 년 파도에 깎인 기암괴석들과 1906년부터 바다를 지켜온 울기등대가 어우러진 풍경은 감탄을 자아낸다.

왕암과 등대가 보이는 해안 절벽 조망 사진
대왕암공원 / 사진=울산광역시 동구청

2021년 개통된 길이 303m의 대왕암 출렁다리에서는 27.55m 높이에서 탁 트인 동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무주탑 현수교로 설계되어 은은하게 출렁거리는 스릴과 함께 바다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3세대 함께 즐기는 완벽한 나들이

대왕암공원의 가장 큰 매력은 접근성이다. 가파른 계단이나 험한 길 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할머니,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가 함께 손잡고 산책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기암괴석과 푸른 바다, 그리고 하얀 등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장면
울산 대왕암공원 대왕교 / 사진=울산광역시 동구청

7m 높이의 황금 용 모양 ‘미르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고, 공원 입구의 다양한 카페와 레스토랑에서는 산책 전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방문 안내

위치: 울산광역시 동구 등대로 95
입장료: 무료
주차: 평일 무료, 주말 소형차 30분 500원
출렁다리: 09:00-18:00 (입장마감 17:40, 무료)
대중교통: 111번, 114번 버스 이용
문의: 052-209-3738

9월은 여름 해바라기의 마지막 절정과 가을 맥문동의 시작이 겹치는 특별한 시기다. 특히 보라빛 맥문동은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약 3주간만 절정을 이루므로 이 시기를 놓치면 내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번 주말, 백년 송림 그늘 아래에서 보라빛 꽃물결이 만든 자연의 선물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울산의 바닷바람과 함께 걷는 꽃길에서 소중한 사람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바란다.

김현기 에디터

매 계절, 여행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낯선 곳의 설렘, 익숙한 곳의 새로움 속에서 여행의 이야기를 발견합니다. 독자의 여정에 따뜻한 한 줄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이곳에 한 페이지를 더합니다. e-mail: hgkim@travel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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