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 12개를 한 번에 본다고?”… 포항에서 만난 계곡 트레킹의 끝판왕

왕복 5km
입장료 무료로 만나는 12개 폭포 여행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거창한 등산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저 편안한 운동화 하나만 챙겨 나서도 일상에 쉼표를 찍을 수 있는 곳, 포항 내연산은 그런 기대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목적지다. 한 번의 산책으로 12개의 서로 다른 폭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한 매력이지만, 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라는 점까지 더해지면 안 갈 이유를 찾기 어려운 완벽한 나들이 코스가 된다.

[사진1: 내연산 계곡 전경 - 울창한 숲 사이로 흘러내리는 계곡물과 멀리 보이는 폭포들의 전체적인 모습]
내연산 / 사진=포항시 공식블로그

포항 내연산 12폭포, 보경사에서 시작되는 자연 여행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 보경로 523에 자리한 보경사는 내연산 12폭포 여행의 출발점이다. 신라 진평왕 때 창건된 이 천년 고찰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계곡 트레킹이 시작된다. 사찰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여행의 기대감이 높아진다. 고즈넉한 전각들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과 은은하게 들려오는 풍경소리가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낸다.

[사진2: 계곡길을 걷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 - 평탄한 산책로에서 여유롭게 걸어가는 3세대 가족의 모습]
내연산 연산교 / 사진=포항시 공식블로그

가장 놀라운 건 이 모든 경험이 완전 무료라는 점이다. 입장료는 물론 주차비까지 받지 않는다. 요즘 어디를 가도 주차비부터 챙겨야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런 후한 배려가 더욱 반갑게 느껴진다. 특히 가족 단위로 방문할 때는 이런 무료 접근성이 큰 장점이 된다.

계곡을 따라 이어진 2.5km 길70대 어르신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평탄하고 잘 정비되어 있다. 등산이라기보다는 자연 속 산책에 가깝다. 길 곳곳에는 쉴 수 있는 벤치와 정자가 마련되어 있어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포, 삼보폭포, 잠룡폭포12개의 폭포가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내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각 폭포마다 고유한 개성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걸음걸음이 새로운 발견의 연속이다. 어떤 폭포는 수줍게 바위 틈에서 흘러내리고, 또 어떤 폭포는 시원하게 떨어져 물보라를 일으킨다.

특히 가을철에는 단풍과 어우러진 폭포의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맑은 계곡물이 주황빛과 붉은빛으로 물든 단풍잎들과 만나 만들어내는 색감의 조화는 저절로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겨울철에는 일부 폭포가 얼어붙어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연산폭포, 30m 높이에서 만나는 압도적 장관

연산교에서 바라본 폭포
내연산 연산교 / 사진=포항시 공식블로그

12개 폭포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단연 연산폭포다. 30m 높이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물줄기의 웅장함은 그동안 본 폭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폭포 앞에 서면 떨어지는 물소리가 주변의 모든 소음을 압도하며, 자연의 거대한 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사진3: 연산교에서 바라본 연산폭포 - 출렁다리 위에서 30m 폭포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장관]
내연산 연산폭포 / 사진=포항시 공식블로그

연산폭포 앞에 설치된 연산교에 올라서면 더욱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다리 위에서는 폭포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떨어지는 물소리와 시원한 물보라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단순히 구경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하나 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출렁다리 특유의 약간의 흔들림이 더해져 마치 폭포와 함께 춤추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연산교를 건너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소금강 전망대에 도달한다. 이곳에서는 방금 전 아래에서 올려다봤던 연산폭포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어,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감상이 가능하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 그리고 멀리 보이는 동해바다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파노라마 뷰는 힘들게 올라온 보상으로 충분하다.

연산교 사진
연산교 / 사진=포항시 공식블로그

계곡 트레킹의 또 다른 매력은 사계절 언제 와도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봄에는 연둣빛 신록과 함께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물과 짙은 녹음을, 가을에는 단풍과 어우러진 환상적인 색감을, 겨울에는 설경과 얼음폭포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자연의 선물을 아무런 비용 부담 없이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내연산 12폭포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혹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완벽한 장소다.

이번 주말, 복잡한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포항 내연산의 청량한 계곡길에서 진짜 ‘자연 속 휴식’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12개의 서로 다른 폭포가 선사하는 연속된 감동을, 소중한 사람과 함께 걸으며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새겨보시길. 특히 지금처럼 가을 단풍이 절정을 향해 가는 시기에는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방문 안내

위치: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송라면 보경로 523 (보경사) 입장료: 무료 주차: 무료
운영시간: 연중무휴, 일출~일몰 코스: 왕복 5km, 소요시간 3-4시간 난이도: 초급 (평탄한 계곡길) 자가용: 포항IC에서 25분 대중교통: 포항시외버스터미널→315번 버스 문의: 054-262-1330

김현기 에디터

매 계절, 여행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낯선 곳의 설렘, 익숙한 곳의 새로움 속에서 여행의 이야기를 발견합니다. 독자의 여정에 따뜻한 한 줄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이곳에 한 페이지를 더합니다. e-mail: hgkim@travel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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