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포스트에서는 5회에 걸쳐 “여행과 삶의 조화”를 주제로 “디지털 노마드 in 발리” 특집기사를 연재합니다.

① “디지털 노마드” 와 발리 (Bali)
② “직장을 관뒀다” – 한국 최초의 디지털 노마드 스타트업 “라이크크레이지” 팀 인터뷰
③ 디지털 노마드는 가능한가? – 디지털 노마드의 실상과 추천직업
④ 아시안 코워킹 커뮤니티 – 젠터프리너 인터뷰
⑤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발리 실용정보

산책은 커녕 창문 열기도 망설이게 만드는 황사와 미세먼지,
지독하게 덥거나 추운 날들의 반복인 4계절,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공간인 지옥철,
이미 도쿄 (Tokyo) 를 능가했다는 서울의 살인적인 물가,
당연하지 않지만 누구나 하고 있는 야근과 주말 특근…

이런 문제들로 힘들었다면 누구라도 한 번은 훌쩍 떠나고 싶었을 것이다. “이렇게 아둥바둥 하지 않고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인지 어느새 리모트워킹 (Remote working: 원격근무 혹은 재택근무) 이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언젠가부터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디지털 노마드 (Digital Nomad)” 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개념이 소개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디지털 시대의 유목민” 이니 직장, 집 같은 생활터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세계를 떠돌며 일과 삶을 지속해나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수영장이 딸린 집에서 아침을 맞이한 후 노트북을 들고 5~10분 거리의 협업공간 (co-working space) 으로 출근해서 멋진 풍경을 보며 일에 몰두하고, 유기농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고 업무가 끝나면 요가나 마사지로 하루를 마무리. 주말엔 바다로 나가 서핑 (surfing) 에 도전하거나, 거북이를 볼 수 있는 섬에서 스노클링을 즐기고.

해외에 머물면서도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내고 직업적 경력도 유지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여행”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꿈만 같은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 인도네시아 발리 (Bali) 에서 많은 수의 디지털 노마드들이 즐기고 있는 일상이다.

이렇게 “일하는 삶과 즐기는 삶의 조화” 를 추구하면서도 한 달 생활비는 오히려 줄어든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선호하는 발리나 태국의 치앙마이 같은 곳은 물가 또한 저렴하기 때문이다.

Bali Startupers 에서 소개한 자료를 보면 런던에서 1인이 한 달 생활하는데 대략 2,973달러가 필요하지만, 발리에서는 914달러면 충분하다.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의 장점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누구나 디지털 노마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업이어야 하고 지속적으로 일을 주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협업공간에서 일하는 등 여러가지 특성상 개발자나 스타트업 등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직업군에게 유리하다.

궁극적으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것이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의 핵심인데 여기에는 물가, 환경, 사회적관계 같은 요소들이 연관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디지털 노마드들이 선호하는 곳은 물가가 저렴한 지역이다. 원격근무의 특성상 출퇴근하는 정규직보다 급여가 적을 수밖에 없으니 현지의 물가가 낮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도시에서는 1인의 한 달 생활비가 3천~5천 달러를 넘기도 하는데,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 일부 지역에서는 외국인여행자 신분 임을 고려해도 월 1천 달러 수준이나 그 이하로 생활이 가능하다.

원격근무로 급여가 깎여 월 2천 달러를 번다면 외국에서 높아진 삶의 질을 즐기면서도 매달 1천 달러를 저축할 수 있는데, 반대로 런던에서 출퇴근 정규직으로 산다면 월 3천 달러를 받아도 저축을 아예 할 수 없는 셈이다.

해외에서 생활하는데는 불편함이 있지만 장점도 많다. 어느 지역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공해와 복잡한 대중교통을 피할 수 있음은 물론이며, 해외에 있다는 특성상 원치 않는 술자리나 결혼식 참석 등 불필요한 인간관계로부터 해방감 또한 크다.

디지털 노마드가 선호하는 발리 – 우붓

원격근무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가능하지만 디지털 노마드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지역들이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중 인도네시아 “발리 (Bali)” 에 한 해 소개하려고 한다.

아직까지도 “발리” 하면 한국인에게는 신혼여행지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 것이다. 심지어 인도네시아의 한 섬인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사실 발리는 모든 계층의 여행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드문 여행지로, 디지털 노마드들은 발리 중부의 우붓 (Ubud) 지역에 열광하고 있다.

우붓은 전통적으로 발리의 화가들이 모여 살아온 예술마을로, 특유의 분위기에 반한 외국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여행지로 발전했다.

흔히 휴양지의 배경하면 맑고 투명한 바다를 떠올리겠지만 우붓은 예외적인 지역이다. 바다를 끼고 짓는 리조트의 정석은 우붓에서 논과 숲을 배경으로 재해석된다.

화가마을 우붓 (Ubud), 목공예마을 마스 (Mas), 석공예마을 바투불란 (Batubulan), 금속공예마을 쯜룩 (Celuk) 이 모여서 발전해 온 발리의 예술에는 특별함이 있다. 인도의 영향을 받았지만 독창적인 발리 힌두교 문화가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우붓은 발리의 중심 (Ubud is the heart of Bali)” 이라는 말에는 다국적 분위기의 남부지역과 차별되는 “진정한 발리” 라는 의미와 함께 지리적으로 중심부라는 뜻도 있다. 30분에서 1시간반 사이를 이동하면 사누르 (Sanur), 꾸따 (Kuta) 등의 해변과 대부분의 관광지에 닿을 수 있으며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한다면 온천, 돌고래투어, 스노클링과 다이빙이 좋은 곳도 다녀올 수 있다.

덤으로 끝도 없는 맛집과 유기농 레스토랑, 요가 (우붓에는 세계적인 요가스튜디오 두 곳이 있다), 발리니즈 마사지 (타이 마사지와는 완전히 다른 오일마사지), 산책길 등도 업무에 열중하면서 매일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해변가 백사장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일하는게 디지털 노마드라고? 그런 짓을 했다간 노트북 금방 망가진다!” 라는 우스개 얘기가 있듯이, 우붓이 바닷가가 아닌 내륙지방에 위치한 것이 일에 집중하기에는 더 좋을 수 있다.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유지하려면 업무량이 많을 수밖에 없으니까.

우붓의 협업공간으로 널리 알려진 후붓 (HUBUD: Hub in UBUD) 외에 아웃포스트 (Outpost) 도 최근에 문을 열었다. 사실 우붓에서 협업공간은 굳이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풍경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널려있고, 홈스테이부터 대부분의 숙소에 준비되어 있는 발코니 책상에서 일을 할 수도 있다. 단, 인터넷 속도가 문제되지 않는다면.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비판적 시각

이미 “디지털 노마드” 라는 용어를 들어본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인터넷으로 조금만 검색해봐도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는데, 환상적인 이미지와 달리 비현실적인 면도 많아 “디지털 노마드는 허상일 뿐”이라는 극단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개발도상국의 저렴한 물가를 이용하는 또 하나의 젠트리피케이션 (Gentrification: 저소득층과 소상공인, 예술가들이 스스로 발전시킨 지역에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현상) 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디지털 노마드들이 선호하는 장소가 발리와 치앙마이 같이 물가가 저렴한 지역임을 보면 부정하기 어려운 지적이다.

새로운 용어로 포장만 했을 뿐, “디지털 노마드 같은 삶”은 원래부터 있었다고 보기도 한다. 수시로 해외를 방문하고 현지에서 일을 해야하는 기자나 리포터 등, 좀 더 넓게 보자면 작가나 번역가들이 예전부터 시도했던 삶의 방식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디지털 노마드” 라는 용어 자체를 그리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데, 누구에게나 적합한 삶의 방식이 될 수 없고 시도할 수 있는 직업군이 제한되어 있는데도 부추겨지는 느낌이 있다.

원격근무와 디지털 노마드, 유행일까 필연일까

필자는 예전에 발리에서 3년 정도를 살았고, 발리를 떠나기 1년 전부터는 콘텐츠 제작에 관련된 비지니스를 구상하기도 했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는 못들어봤던 때였지만 지향점은 비슷했던 것 같다.

하지만 2013~4년의 발리 인터넷은 어떤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을만큼 느렸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이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회선은 1Mbps 수준이었고 그나마도 불안정해서 끊어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발리 출장이 결정되자 기대가 컸다. 그 사이에도 발리는 틈 날 때마다 갔었지만, 취재와 콘텐츠 작업을 병행해야 하는 보름 간의 출장 일정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3월에 다녀온 트래블포스트 발리 출장의 결과 중에서 한 가지만 미리 공개하자면, 발리에 머무는 동안 스마트폰 LTE로 최고 25Mbps의 인터넷 속도를 경험할 수 있었다. 격세지감!)

“원격근무와 디지털 노마드 현상”은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앞으로 더욱 익숙한 개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기업은 사무실 임대료와 장비 등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노동자들은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 원격근무를 점점 더 선호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 문화를 한국에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던 도유진 씨 (현재 디지털 노마드 다큐멘터리 “One Way Ticket” 을 제작중) 는 블로터닷넷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싫든 말든 세상은 그렇게 가고 있어요.” 도유진 씨는 이 같은 디지털 노마드의 흐름 기저에는 업무(Task)가 프로젝트 단위로 쪼개지고, 가능한 모든 노동은 자동화돼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되는 상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이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란 얘기만큼이나 자명한 흐름이에요. 계속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게 제 주장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는 거예요. ”

“협업 공간(co-working space)에서 사람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모두 자기가 떠나온 도시에 대해 정규직이 사라지고 모든 일이 프로젝트 단위로 쪼개지고, 또 많은 업무들이 자동화 공정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많이 나오는 것이고요. 정규직은 없어질 거예요. 모든 일이 비정규직화되고 프로젝트화될 거예요.”

 

남은 “발리와 디지털 노마드 이야기” 를 앞으로 4회에 걸쳐 풀어나갈 예정이니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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